일상의 힘

천일의 눈맞춤

마담파덩 2016. 3. 22. 12:39


일하는 동안의 긴장으로부터 놓여났을 때, 피곤은 한데 뭔가 정신적인 갈증같은게 느껴질 때 

내가 자주 가는 yes 24에서 책구경을 하곤 한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신간, 이승욱이라는 정신분석가가 쓴 '천일의 눈맞춤'. 

나의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보아도 이런 류의 육아서를 읽을 나이는 아니다. 대충 내용을 훑어보고 내 가슴속에 안도감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주장하는 천일은 법륜스님이 늘 주장하는 '생후 첫 3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책임지고 키워라' 와 정확히 일치하는 점이 놀라웠다. 

따뜻한 응시와 안정적인 수유, 엄마의 품을 저자는 강조했는데 하나하나 짚어보며

나의 지난 두번에 걸친 육아를 더듬어 본다. 뭐 얼추 그렇게 한것같은,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자기평가를 해본다. 정말 수유만큼은. 내 생애 총 4년동안을 수유에 온전히 바쳤으니. 

저자가 수많은 내담자를 겪어본 결과 사람이 생애 가장 처음 받는 상처는 엄마로부터라고 한다. 가장 처음 좌절도

엄마가 안겨준다는 사실은 어쩐지 아이러니 같기만 하다. 우리가 세상에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이라 칭송하는 '모성'신화는

어떡하고? 

그 대목을 읽는데 순간 깨달음처럼 내가 젠의 스케이팅에 왜이리 가치를 두는지 알아졌다. 

어렸을적, 오빠들 스피드 스케이트를 물려받아 타는데 나도 여자애들 신는 빨간색 피겨 스케이트를 신고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도 안하고 아무 반응을 안보였던 모습이 선명하다. 그때 나의 기분은 원망도 아니고 속상함도 아니고 

엄마에 대한 일시적인 미움도 아니고 단지 내 욕망따위가 부끄러웠던 것 같다. 

당시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방 한칸에 온가족이 사는 집도 흔한 시절에 그런건 안해도 어린시절이 

불행한 건 아닌게 분명한데, 단지 엄마의 무반응으로 인해 그냥 내 스스로 뭔가를 원한게 잘못이라고 느꼈던 기억.  

그런 무의식이 내게 아이들의 사소한 욕망에도 관심을 보이고 '반응'하는 일에 큰 의미를 갖게 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옹알이에 조차 내가 이야기를 만들어서 대꾸해주고 품에 꼭 안고 오랫동안 젖먹이면서 

그 세가지는 잘한것 같은데 아이들은 요즘 왜 내게 버릇없게 구는거지? 할만큼 한것 같은데 말야. 사람 새끼를 낳아 인간으로 

기르는 일에 댓가를 바라서는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