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vs 한국, 있다? 없다? (1)
캐나다에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어서 내가 아는 것이라 해봐야 일부 단편적인 것이나 표면적인 것들일지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도 있지만 배경지식 없이도 한국에서 그냥 눈 뜨고 다니면 어디에나 널린게 있고 캐나다에서 눈을 씻고 찾는대도 못찾을, 수 년동안 아직까지 못본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현수막.
이는 대도시는 물론이고 지방 소도시에도 넘쳐난다. 지방 소도시의 현수막엔 내용이 좀 정감이 있기도 하지만. 이를테면 무슨무슨 집안 종친회 안내부터 누구누구집 몇째 아들 박사학위 받아 내거는 경축 현수막같은거. 선거철에 후보자를 알리는 현수막은 더더욱 넘쳐나곤 하지 않은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폰트에 가장 굵고 가장 쎈 색깔로 외쳐대는 현수막들.
캐나다에선 선거철에도 현수막이 아니더군. 기냥 흙바닥에 꽂는 방식.
한국에서 나부끼는 현수막중 가장 꼴불견이고 문제가 있다고 느낀 현수막은 바로 이런거.
지방소도시에서 누구네 아들 박사학위 받았다는 자랑은 좀 애교로 봐줄 수 있다쳐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학교의 실적(?) 자랑인지 자랑스런 우등생들 격려인지. 나머지 학생들의 재수 삼수에의 의지를 불태우고 모교의 이름을 빛내기 위한 분발을 촉구하는 기능이라도 되나. 하긴 어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서울대학교를 다른 해에 비해 많이 못 들어간 이번 년도 학생들에게 실망했다고 말씀하시어 화제가 된 한 교장선생님의 졸업식 축사 얘기를 듣고 웃지도 못하겠고 울지도 못하겠던 기분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 특유의 이런 분위기를 과연 '교육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입시철'이란 말조차 생소한 캐나다 학교에서 저런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 궁금해진다. 학벌 차별? 평등 침해? 불법게시물 부착? 혹은 사생활 노출은 아닐런지.
한편, 한국의 많고 많은 고층 아파트마다 높은 벽면을 그냥 놀리지 않는다. 어디에나 하나씩은 있게 마련인 길게 내건 현수막을 보면, 각성하고 자폭해야 하는 시행사 건설사가 왜이리 많은지.
지금도 미세먼지속에 천박한 '소리없는 아우성'들이 펄럭대는 현수막의 나라, 나의 모국 코리아. 덕분에 현수막 업자들의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지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