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나으 소원

마담파덩 2015. 9. 16. 22:15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내 소원은 영어의 완전청취요'라 서슴치 않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또 '영어듣기의 완성이요' 할 것이다. 

또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는 세번째 물음에도 '나의 소원은 영어듣기의 완전한 직청직해요'라 소리높여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대한 자주독립을 소원한 김구선생처럼 70평생 그래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캐나다에서 살아온 3년만큼은 그것은 내게 염원이었고 소원이어 왔다. 그렇듯 소원해왔으나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영어듣기는 영 신통찮은게 현실이다. 

우리 속담에 '소귀에 경읽기'란 말도 있으렷다. 외국에 살며 외국어로 둘러싸여 외국어로 소통하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알아듣지 못하면 소와 다를게 없는 처지. (단, 한우는 제외. 쓰일데가 있거나 없거나 남녀노소 개나소나 모두가 영어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한민국이므로.^^) 
소와 같은 처지라니, 그것도 틀렸다. 왜냐하면 소가 언제 경 듣기를 원한적 있나? 하지만 내 경우, 내게 영어로 말하는 이들은 물론 나또한 정확히 알아듣기를 바라는 입장이니 나는 소보다 안된 처지가 분명하다. 

우리 속담하나 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서당개가 캐나다로 주인집 따라 이민 오거나 주인집 애들따라 동반유학이라도 온다면? 동네 산책하며 마주치는 English speaker인 개주인들을 통해 영어를 읊지는 못해도 알아듣게는 되리라.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니 구라일리가 없다고 본다면. 나는 개만도 못하다는 뼈아픈 진실을 만날 수밖에. 

영어 학습의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영어권 국가에서 2년이면 귀가 뚫리고 그다음 2년에 말이 뚫린..아니 말이 틔인다고 했다. 내심 2년이면 좋겠다만 뭐, 한국에서 전업주부 10년 이력을 감안해서 좋다 한 1년 더 얹어서 3년으로 '쇼부'를 보자 했었다. 근데 뭐냐 난. 
이민 초기, 10년을 훨씬 넘게 산 분으로부터 '언제부터 영어가 편안해지셨냐'란 질문의 답으로 '3년'이라 들은적이 있다. 그때부터 가슴에 '석삼년'을 새긴채 희망을 품었건만. 도대체 뭐냐 난. 

3년동안, 어느날엔 좀 나아진듯 하다가 어느날엔 제자리인듯 하기를 반복하면서 3년 시점을 앞두고 별반 달라진게 없어 암담하면서도 내심 기대했었다. 영어는 계단식이라메? 그리고 99도까지는 물이 끓지않는 법이지. 3년 꽉찬 그날, 단1도가 올라 나의 영어는 끓어넘칠지도 몰라. 
자고나니 유명해지는것 따위는 난 바라지 않는다고. 내가 바라는건 단지, 
자고나니 영어가 다 들려...

이쯤에서, '개인차가 있지요. 그냥 시간만 간다고 영어 잘하길 기대하다니 님, 참 한심하네요.'하고 비추천과 함께 댓글 달고싶어지는 분들 계시리라. 
나도 알고있다. 이제 서당개 정도는 되는 딸래미가 깨우쳐줬다. "엄마, 그동안 영어공부한다고 하면서 잠들지만 않았으면 엄마 진짜... 어후 대박일텐데...' 이민오자마자부터 절박감을 가지고맨땅에 헤딩질 하느라 꽤 피곤했다면 핑계이기만 할까. 영어공부할 작심하고 병아리 눈물만큼은 하다가 잠들어서인지 그래도 꿈은 영어로 꿨다. 

엄한 충무공 선생을 끌어들여 '내가 알아듣지 못한것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를 신조로 삼고 콩닥콩닥 쪼그라든 가슴을 안고 눈치로 메꿔 살아가는 사람의 비애를 겪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허나 어쩌랴. 캐나다가 나를 잡아끈 것도 아니요 대한민국이 내 등을 떠밀어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로지 나의 선택일뿐. 

에잇, 그까짓 영어, 늘고말테닷! 좋다, 인심좋게 한 1년 더 듬뿍 얹어 4년까지 나의 이 영어 개고생을 느긋하게 지켜봐주리라. 이젠 허벅지를 송곳으로 찔러가면서라도 잠들지 말자. 꿈에서 하는 영어는 실력향상에 아무 도움이 안되더라. 
그리고 컵에 반쯤 든 나의 영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리라. 
반밖에 없어서 송구스러운 영어가 아니라 반이나마 있어서 다행인 영어로 여겨 보듬어 주리라. 그리고 갈고 닦고 조이고 기름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