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힘

가을만끽 동네 한바퀴

마담파덩 2016. 10. 19. 06:10


무심히 차를 타고 휙휙 지나다니던 길에 한창 물든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 어느새? 분명 하룻밤새 이리 된건 아닐텐데 그동안은 왜 몰랐지?  

'단풍', 하면 내 기억엔 한국에서 접하던 뉴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내장산부터 언제쯤 시작할거네 설악산은 언제가 절정이네 뉴스에서 호들갑 떨던. 한반도 지도에 날짜표시해가며 이 때 이곳을 가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없다는 듯이.  

해마다 안빠지고 등장하는 건 다다다다 요란스런 소리를 내뿜는 헬기가 단풍을 즐기려는 행락객들로 가득한 고속도로를 훑고 산의 정상에선 단풍만큼이나 울긋불긋 등산복입은 사람들 손 흔들어 환호한다. 거기엔 꼭 양념처럼 등장하는 '행락객' 인터뷰가 빠질리 없다. 가족과 함께 단풍 구경하니 너무 아름다워서 좋은 것 같다...  

올해 뉴스엔 좀 새로운 방식으로 가을을 소개했으려나.   

굳이 설악산 쩨 아니라 알곤퀸 파크 쩨 아니라도 동네 한바퀴 천천히 걸어다니니 가을만끽에 손색없던걸.여기에 나지막히 읊조릴 시 한 수 있으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단풍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아는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