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후까시'
흔히 외국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중, 남자는 대개 Y대 출신이고 여자는 대개 E대 출신이란 말이
있다. 한국 사람을 많이 만나 보지 않아서 실제 겪은 바는 적지만 최근 만난 한국여인 K씨는
이민온지 30년이 훨씬 넘은 Korean Canadian.
처음 만남 이후 그리 많은 접촉을 한게 아닌데 나는 그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알게되었다.
얼마나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방이 몇개인 넓은 집에서 살고있고- 그것도 대출이 없는- 자식의 직업이 무엇이고 캐나다 어느 대도시에 인맥이 많고 따라서 감투를 쓰고있는 활동 근거지도 많으며, 문학상 수상 경력도 제법 있는 사람으로서 글을 쓸때 가장 행복하고 한국에 방문할 때면 강연도 다니는 사람이고 고국의 민주화에 관심이 많아 현재 민주포럼에서도 활동하며 등등등. 그런가하면, 난 경우바른 사람으로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겪어보면 알겠지만 성격이 아쌀하고 뒷끝이 없는 사람이야...난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절대 굽신굽신하지 않는 사람이야...
내가 먼저 일하고 있는 직장에 들어온 그녀는 처음 보자마자 커피숍에서 만나자 하더니 소득에 대해서 궁금해했다. 여기서 일하면 도대체 얼마를 버냐고. 결국 다 돈벌기 위해서 하는 '짓'인데 고작 고만큼 벌어선 생각을 다시 해봐야 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 때 나는 그녀는 일을 결코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을 확신했다. 저러는 이유는 뭘까.
'내가 emphasis가 있는 사람이라고.(empathy로 짐작되는) 내가 replacement 할때( 보통은 placement라고 말하지)...그 사람이 암모니아도 없는데 영 죽을 것 같더라고...(암모니아가 사인이 된다는 얘긴 들어본적이 없음. pneumonia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몰라도...)'
그후에도 볼 때마다 토론토 가는 얘기를 꼭 한다. 이번 주말에 토론토에서 정기총회가 있고 골프대회가 있고...
그녀를 통해 내게 심어진 토론토는 한국인들의 사교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게 상호적인 것인데 그렇게나 자기에 대해 짧은 시간안에
집중적으로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너는 어떤 인간인지 순식간에 간파해내고야 말겠다는듯 곧장 상대에게 저돌적으로 달겨들어 자신의 호기심을 직설적으로 채우려 드는 태도보다야 낫다만.
그런데 문제는, 그중 일부는 과장되었다는 데 있다. 속된 말로 후까시? 날조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미화와 과대포장. 왜 그래야 할까. 진짜로 궁금한 일이다. 본인도 본인에게 속고있는 것인지 상대에게 뻥튀기된 자기 모습을 각인시키고 싶어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