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이 책을 한겨레 신문 어느 칼럼에서 접한 후 계속 머리에 남아있는데 선뜻 주문을 못하고 있다.
책값이 12600원 배송비가 25000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탓에 몇번을 망설이고만 있다.
엄마에게 좀 사서 보내달라고 하기엔 제목이...
내가 왜 그 소설에 끌리는지는 내가 잘 알고 있다.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요 사건은 주인공과 마이클의 관계지만 사실 작가가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상태이다.
“안전하고, 반듯하고, 항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고, 원칙대로 사는 것만이 인생이라고 세뇌시킨 어머니를 완전하게 배반할 수만 있다면, (……) 오로지 세 변과 세 각이 똑같은 정삼각형만이 인생이고 나머지는 다 죄악이라고 강박관념을 심어준 어머니를 내 안에서 온전하게 버릴 수만 있다면 러브리스 섹스인들 못하겠는가. 러브리스 모성도 있는데 그까짓 러브리스 섹스가 무슨 대수겠는가”(253~254쪽)
이수경은 주인공의 처절한 심정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러브리스 모성과 섹스리스 사랑의 운명적 조우를 조롱하고 있다. 그녀의 일탈은 결국 무위로 끝나지만, 그녀는 이런 계기를 통해 자신이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러브리스 모성? 와, 그런 말이 있을 수가 있다니. 러브리스 모성. 내 경우를 포함해 세상을 둘러봐도 러브리스 모성, 그런거 분명 있는거 같다고 느낄 즈음 접한 말에 강하게 끌리는건 당연한 일.
이 책에 대해 쓴 칼럼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이를 언급하기를,
작가처럼 암4기 진단을 받았던 사람
호텔 미니바의 맥주를 못마시는 사람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마이클을 기다리는 사람
밤에 전화할 곳이 없는 사람
취약한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
이라 썼다.
대부분 해당하는 나는 꼭 읽어야 할 사람이 아닐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