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2011년 7월, 아 캐나다...

마담파덩 2015. 9. 16. 21:47



날마다 비가 쏟아지던 며칠 전, 아파트 단지를 초딩 아들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빗속에 사다리차가 걸쳐진 집을 보고 아들이 소리쳤습니다.

"어? oo집이다!"

"그래? oo이 이사가는구나...알고있었어?"

"아니"

oo는 작년부터 아들녀석이 핑크빛 연정을 품고 뺴빼로에 '난 네가 좋아' 라고 써서 마음을 건넸던 여자아이입니다.

그런데 뜻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사를 가게 된겁니다.

"전학가려나?"

"몰라"

갑자기 녀석의 말이 짧아졌음을 알아채고 더 묻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 학교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아이들끼리 주고받은 이야기를 보는데,

oo의 최측근 아이가 남겨놓은, oo이 방학하자마자 캐나다 간다...하는 대목을 발견했습니다.

캐나다? 방학하고 가는 거라면 캠프 가나? 연수?

캐나다라니 엄마는 괜히 호들갑입니다.

"oo이 캐나다 간다며? 2학기에 돌아온대?"

"몰라"

"어디루 간대?"

"아 몰라아아"

아이는 캐나다면 그냥 캐나다일뿐 그안에 밴쿠버인지 토론토인지 캘거리인지 알바 없습니다.

"좀 물어보지"

"걔 요즘 학교 안나와"

"왜? 방학 하고 간다며."

"이민 준비하느라 그렇겠지."

"이민이래? 캠프나 연수가 아니고?

그때부터 oo는 제게 아들녀석의 친구가 아니고 또하나의 이민 떠나려는 가정이 되어있었습니다.

카테고리가 무엇이었을까? 언제 신청하고 지금 가는걸까? 정착지는 어디일까? 등등...

부쩍 말수가 줄어든 녀석에게 괜한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차라리 잘됐어. 안그러냐? 걔 너무 라이벌이 많잖아. 차라리 멀리 가버리는게 낫지않냐? 마음만 아플 수 있는데..."

아직은 엄마 아빠의 캐나다 이민 신청을 모르기에 속으로만 걔넨 어디루 갈까 영주권이 나오면 혹시

너무나도 우연히 캐나다에서 재회? 크크크 하면서 딸래미와 계속 떠벌이고 있는데,

녀석이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조용히들 좀 해-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

"알쏘..."

 

다음날, 학교에서 온 녀석이 그럽니다.

"아빠는 안간다는데?"

"그래? 기러기 가족이구나..."

"몇년후에 온다는 얘기도 있구"

"그럼 다시 여기로 올 수도 있겠네" 하면서도

속으로는 그 '기막힌 우연'이 일어날 일은 없겠군.

몇년후 oo이는 돌아오고 얼마전 신청한 영주권이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나오게 되면  

그땐 녀석이 떠나고...

아, 캐나다가 갈라놓는 아들녀석의 첫사랑이여!!!

오늘, 녀석은 학교에 가서 마지막으로 oo이를 보고 내일은 oo이가 비행기를 탑니다.

2011년 7월, 우리 가족에게 캐나다는 참 특별했습니다. 딸래미만 빼고.

아, 캐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