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Madame Pardon's Web

마담파덩 2015. 10. 10. 00:19


한국에서부터 이삿짐속에 넣어가지고 온,'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

책 앞부분에 구입연도가 94년이라 적혀있으니 꽤 오래전에 사서 읽긴 읽었던 기억이 있고, 또 한때 이 제목이 패러디되어 유행하다시피 했던터라 친숙하긴 한데 언젠가 다시 읽어보고 싶었지. 

근데 시간이 어디 있나. 그러다가 지난번 한국갈때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읽으려고 가지고 갔다가 앞부분을 읽다왔는데 

거기 이런 대목이 있었다. 


이국에서 사는 사람은 지면 위 높이 허공속을 걷는 것이다. 가족, 동료, 친구가 있고 어렸을 때부터 익혀 알고 있는 언어로 힘들지 않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곳인 자기의 나라가 제공해 주는 구조망이 그에게는 없다.


그런데 때로는 그 익숙한 '구조망'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올가미가 되어 오히려 삶을 구속하기도 하는 것이다. 

굳이 '구조망'을 탈출하느라 멀리 와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국에서의 삶을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나 스스로 그물의 코를 엮어 구조망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라고. 다만 명심할 것은 거미처럼 제 안에서 실을 뽑아 엮어나가야 한다는 것. 

그러니 그게 장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환상이나 동경으로? 아님 욕심으로? 혹은 시류를 쫓아? 하다못해 옆집엄마를 따라? 

나의 기약할 수 없는 나날중 어느 하루인 오늘,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지만 내 스스로 만들어가는 'Madame Pardon's Web'속에 나는 

생존(!)해 있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