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이상한' 이야기
마담파덩
2017. 12. 31. 06:28
뒷담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도마에 오른 대상의 실체는 그가 가진 '이상함'이렷다. 한 개인이 가진 '이상함'에의 노출은 그 분야와 정도에 따라서 처음 본 순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고 겪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올 한 해 내게 선정된 '올해의 이상한 인물'엔 한국계 캐네디언 1인과 토종 캐네디언 1인이 있다. 앞의 인물은 과시를 위한 거짓말과 후까시를 화려하게 구사하는 인물이어서 일찌감치 내게 '이상함'이 포착된바 있고 뒷사람은 사람들의 뒷담화 자리에서 알게 되었다.
그 인물은 언젠가 나와 협업을 하는 상황에서 눈알을 굴리는 등(roll her eyes)의 행동을 내보이더니 급기야 나와의 협업을 거부한 일이 있어서 살짝 상처받기도 했는데, 그 후 어느날 만났을때는 자기의 남편이 자기를 떠나기로 통보했고 아빠랑 친한 아들마저 아빠랑 살기를 결정했노라고 내게 말했다. 그때만 해도 내게 고약하게 굴었던 것이 걸려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며 관계를 개선시키려 하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단박에 그녀에게 친근감이 들거나 가까워지거나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뒷담화인즉슨, 최근 그녀는 스스로 암3기를 진단받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사람들은 이미 그녀의' weirdness' 에 대해 익히 잘 알고있는터라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는 것. 아! 하는 탄식과 함께 내가 겪은 불쾌한 기억들로부터 일순간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녀는 원체 '이상한' 사람이었던 거였어. 그러니까 나와 문제가 생겼던 거라고 불쾌한 기억을 간단하고도 산뜻하게 제거해버렸다. 이상한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기저기 널린 법이라는 진실을 남긴채.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설거지를 하다가 한 노래소절이 툭 튀어나와 흥얼거리게 되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유투브에서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듣다가 여러 가수가 부른 것을 알게됐는데, 한때 '현진영go 진영go'로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했던 가수 현진영의 버전을 들어보니 새롭게 감칠맛이 매력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이라 사람을 만나 행복을 느껴보지만 혼자가 되면 다시 외롭기에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리며 헤어지지 않고 혼자되지 않기 위해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이란 대목에서 언제나 그렇듯 삼천포로 빠진 한 생각은 이런거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내가 나를 옳다고 믿는것만큼 상대가 나와 다를때 이상한 것이 되는 이치. 이것은 개인대 개인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집단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때되면 누구나 마땅히 해야하는 결혼을 안하고 사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결혼을 했으나 '아들딸 구별말고 우리끼리 잘 살자'를 선택해도 이상한 사람일 뿐이지 않은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도록 영어학원 수학학원에 안보내면 '이상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고, 남들 부러워할만한 고소득 전문직을 마다하고 다른 직업을 선택한 사람도 이상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인간세상에 수없이 많은 서로서로 '이상함'의 실체란 그렇듯 내가 절대값이고 상대가 변수로서 다른 값을 가지면 이상함으로 규정이 되고마는 것.
나는 네가 이상하고 너는 나를 이상하다 할 때,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이 되는건 아닐런지. 이 복잡한 인간사에서 그럼 어찌해야 할 것인가. 걍내비도. 함부로 묻지좀 말고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말고 함부로 강요하려 하지말고 심지어 함부로 도와주려도 하지말고. 아무때나 거들먹거리지 말고 아무때나 징징대지 말고. 그리고 누구에게나 네가 낫나 내가 낫나 저울질하지 말고. 한 사람이 가진 그만큼의 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봐주자고.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