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신과 함께 한 섣달 그믐
마담파덩
2018. 1. 1. 22:01
최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을 섣달 그믐 저녁에 보았다. 시골마담 간만에 국제 대도시 토론토로 큰 걸음하시어. 처음 새영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가서 49일동안 이승에서의 삶을 심판받는다는 이야기에 끌렸다. 평소 사후세계나 까르마, 윤회, 환생 등에 관심이 많았었던데다가 우리 문화권에서 '염라대왕'이나 '저승사자'는 꽤나 친숙한 존재 아닌가. 아이들 어릴때는 염라대왕을 팔아 얼마나 구라를 쳤는지. 밥 남기면 이담에 죽어서 염라대왕한테 혼나고 자기가 남긴 밥 다 먹어야 된대.. 그리고 거짓말 하면 지옥에 가서 혀를 뽑힌대...하면서. 아이들도 어릴때 엄마에게 당했던 협박탓에 'King 염라'에의 안좋은 추억이 있지만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순순히 동행해주었다.
어릴때 '전설의 고향'이란 티비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검은 도포에 검은 갓을 쓴 얼굴 허연 저승사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2017년 영화에서 만난 저승사자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현대적이고 섹시하기까지 한, 리더쉽과 카리스마 돋보이는 Neo 저승사자의 모습이라니, 거기다 믿고보는 하정우? 오케바리 극장으로~~
사실 초반부엔, 뭐임? 혹시 그런거 할라구래? 하는 우려가 들었다. 사명감 투철한 소방수가 순직을 하고 홀로남은 어머니가 밟혀 엄마엄마 목놓아 부르는 애처로운 신파 사모곡? 결국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삶에 염라대왕 마저 감동먹어 환생하여 더욱 차카게 바르게 살았더라는 이야그? 그런데 영화가 진전되면서 의외의 스토리가 전개되었고 그것은 2017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생해도 대한민국에선 전세계 500대 기업 CEO쯤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거기가 또하나의 지옥이다라는 저승사자의 말이라든가, 생활고속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어린 소년이 가족 동반자살을 기도한다든가, 망자의 군대간 동생의 총기사고로 인한 죽음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군내부의 의문사 문제를 내비친다든가 등등.
마음에 콕 와 박히는 명대사들도 여럿이다.
지나간 슬픔에 새로운 눈물을 낭비하지 말라...
사람은 누구나 죄를 짓는데, 소수만이 용서를 구하고, 그중 극소수만이 용서를 받고 저승에 온다...
사람들은 살았을 때도 안한 일을 죽어서 하고싶어 한다...
그런데 이 세련된 저승사자가 주체못할 인간애(?)로 인하야 저승법을 어기면서까지 광선검 휘날리며 종횡무진 액션을 펼칠 때마다 계속 누군가가 오버랩되었으니, 그는 나의 오랜 favorite actor 되시겠다.
누가 더 간지나나? 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