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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 빌거 이백충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마담파덩 2019. 12. 30. 11:06

한국 사회에서 계급은 신분을 넘어 인종적 표지가 되었다.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냄새’는 그렇게 ‘자연화’된 계급차별에 대한 하이퍼-리얼한 묘사였다. 가난한 이에 대한 차별과 모욕은 이미 인종차별처럼 벌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 대해서 또 다른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가장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려놓을 만한 건 한국의 유별나게 높은 물질주의 성향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경제가 일정 정도 성장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 인권, 생태주의, 타인에 대한 개방성 같은 탈물질주의 가치 선호가 높아진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미 탈물질주의가 높이 측정되어야 할 경제수준임에도, 여전히 경제성장, 안전, 타자에 대한 폐쇄성 등의 물질주의 경향이 너무나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휴거” “빌거” “이백충”은 그런 ‘과잉 물질주의 사회’의 치부다. 계급 차별적 혐오표현이 진지하게 사회문제화되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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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7072.html#csidxf9aca4a8af4e82b863ab95c9d75a1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