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파덩
2020. 4. 29. 08:15
사람이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나날에도 시간은 흘러가는구만. 한주가 시작되는가 하면 금방 금요일이 다가오고 또 주말을 맞고 하는건 다르지 않네. 근데 깜박 잊고 있었어. 4월 초엔 easter day, 부활절이라 하든가?, 가 있다는거. 그리고 그 이틀 전에는 Good Friday가 있다는 거. 난 첨엔 참 멋대가리도 없는 명명이다 여겼지 뭐야. '존 금요일'이 뭐냐 싶었지. 근데 알고보니 그것도 기독교와 관련있는 날이더만. 십자가를 기리는 날 정도로만 알아도 나로선 선방하는 거라고. 이 날 일하면 1.5.배의 임금을 받게 되니까 존금요일이 맞는 셈인가? 어쨌든 그럼 휴일 체크 들어가보자고. 오늘 존금요일부터 시작해서 토, 일- 이날은 easter sunday랴, 그리고 다음날도 easter Monday라 해서 공휴일. 그니까 4일의 연휴가 되는 셈이지.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황금연휴' 되겠지? 소위 '황금연휴'엔 뉴스같은데에 꼭 나오곤 하잖아. 헬기 타고 찍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쫙 보여주면서 꼭 그러잖아. 봄을 즐기려는 상춘객들로 몸살을 앓았다고. 헬기는 산 정상도 꼭 보여줬어. 원색의 등산복 입은 사람들은 막 손 흔들고. 근데 올 봄엔 몸살보다 좀 심한 일도 있는 것 같더라? 예전같으면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관광수입을 챙겼을 지자체에서 아예 꽃밭을 갈아엎는다며?
봄의 상징같은 제주의 유채꽃도 그런 운명이라고 들었어. 아니 읽었어. 몸살정도가 아니라 이쯤되면 식물판 살처분이라 해야하나? 기껏 농사지어도 제 값 못받아 배추를 갈아엎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말야. 꽃은 무슨 죄야 글쎄.
사람들 사이엔 살벌한 바이러스로 온통 난리지만 꽃들은 이번 해만큼이라도 저들끼리 피고지게 놔두면 어떨까 싶은데. 꽃을 피우는 이유가 꼭 인간들 보라는 것이겠냐고. 봐주는 이 없는 꽃밭은 넘 서러운 일일까? 인간들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런 와중에도 자연, 너희들은 말그대로 '스스로 그러함'을 의연히 보여주는구나 하면서 멀리서 경외감을 보내주면 좀 안되겠냐고. 그것만 해도 위안삼을 수 있지 않느냐고. 이 와중에도 꽃망울이 터지고 새 잎이 돋아나는구나, 봄 바람이 거리를 둔 사람들 사이를 맴돌면서 대신 따뜻하게 매꾸어 주는구나... 이럼서.
보통 때 같으면 가족 친지 모여 지내는 Good Friday, Easter day를 앞두고 안내문구가 눈에 띄더라. 가족 친구 만나지 말라고. 모이지 말라고. 실체도 우리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사람잡는 바이러스가 우리네 삶의 풍경마저 바꿔놓을줄이야. 관습대로 안하면 사는게 사는것 같지 않은 일부 사람들이 하던대로 밥상 가득 음식을 차려 가족들 모여 앉아 화기애애한 시간을 갖는다 한들 꽃밭 갈아엎듯 누군가 밥상을 뒤집어엎지는 못하겠지만 말야, 그냥 한번쯤 사태가 사태인만큼 다들 이 답답한 기간이 단축될 수 있도록 상황봐가며 즐기는 일을 좀 지그시 누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게으른 거 반, 정부 지침 따르는 거 반 해서 장보기 텀을 더 둬서 열흘만에 오늘 장보러 가려고 맘 먹었더니 오늘 Good Friday라 문을 닫는다네! 아, 가는 날이 장 날이어야 하거늘 가는 날이 문닫는 날이네그랴. 참 안되는 주부는 어떻게든 안된다니까. 흐흐
평소의 Thank God It's Friday가 오늘은 특별하게 Thank God It's Good Friday가 된 날, 추운 동네 캐나다는 꽃은 커녕 살짝 눈발이 날렸어. 엥, 난 먹을 것도 미리 준비못하고 가족들 원성만 사게 생겼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