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힘

역정

마담파덩 2015. 12. 14. 22:39


월요일, 주말에 일하고 난 월요일엔 홀가분해야 마땅한데 왜 역정이 올라오는지. 

예감대로 5시에 울려대는 전화벨소리에도 성가심보다는 역정이 올라오는것을 느꼈는데, 아침에 일어난 큰 놈이 쉬고 난 월요일 아침에 피곤하다는 말에도 역정을 내고 말았다. 일요일에 1시까지 자고 났으면서 피곤하다고 하냐며. 그러더니 아이들의 거짓말에 제대로 

터지고 말았다. 어떻게 변기가 막혔는데 그대로 방치해 놓은채로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속편히 있을 수가 있는건지. 

명백히 사실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서로가 다 아니라고 주장할 수가 있는건지. 일은 자기가 저질러 놓고 시간이 지나 누군가에 

의해 일이 해결돼 있기를 바라는 얇팍한 마음이 너무 괘씸하지 않나. 생각해보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그런 경향이 있는게다. 

남편또한 설거지를 한답시고 큰 그릇들만 씻어 건지고 자잘한 숟가락 젓가락들은 그냥 남겨놓는 것을 보니 꼭 내가 아니어도 뒷감당하는 사람이 있으리란 생각이 엿보여 참 짜증스러운 거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 하기 싫어서보다도 인간이 그래서는 안되는거 아닌가. 손 안대고 코 풀고 싶은 심정. 

그런 '얄밉 캐릭터'로 키워서는 안되겠기에 강하게 나간답시고 도시락도 안챙겨주고 일체의 support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엄마의 히스테릭으로나 비치는것 같아서 영... 어떻게 해야 하나 도대체. 

난 아이들이 희생정신같은 것을 가져서 무슨 의인으로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진흙탕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나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기마련인 소수의 얄밉 캐릭터로서 한낱 자기 육신 편한 자리만 고르는 얄팍한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여 준수하며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춘 '멀쩡한' 인간. 하긴 세상사를 보면 그정도 인간성에 도달하지 않는 인간 개체들이 참으로 많긴 하다. 

아, 이러한 때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