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과소평가하는 버릇을 고치다

마담파덩 2016. 6. 14. 22:14



나는 이곳 캐나다에서 한국에서 하던 과소평가하는 버릇을 좀 고친셈이다. 오히려 새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얻었다고 해야할판. 

제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지 못하고 정체성에의 혼란을 아직은 겪고 있는중이다. 
나는 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과대평가하고 있는게 맞는 것인가. 이 나이에 아직도 자신을 잘 몰러! 

이야인즉슨, 한국에서 옷을 살 때 내가 알고있는 나의 사이즈라는게 대충 있지만 매대같은데서 대충 보고 가벼운 아이템들을 사와서 집에와 입어보면... 영낙없이 작은거라. 옷이 작아 반품 또는 교환하러 갈땐 왠지 몸뚱이가 커서 슬픈 짐승이 된 기분. 
우리나라는 왜이리 사이즈가 작은지. 기럭지만 길어진 채 바비인형의 비율을 강요하는 의류업계의 음모같은 사이즈 체계를 난 잘 알지 못하지만 암튼 44사이즈를 보면 주눅이 드는건 나만 그런게 아닐듯. 
 
캐나다에 와서, 저들이 암만 나를 어리게 봐줘도 실상은 예서나 제서나 나는 변함없는 중후한 마담 아닌가. 이젠 배에 힘주고 다니기도 싫고 걍 넉넉하게 large로 가지 싶은데도 어라 한눈에 봐도 이게 쪼매 마이 넉넉해분다 이거다. 허면 medium, 해서 대충 집어들고 와서 입어보면...하하하 이것이 확실히 크다 커! 아, 나는 S/P를 입어줘야 하는 사람이었숴! 닉네임을 마담파덩에서 마담쁘띠뜨로 바꾸고 싶은 강한 유혹을 억누를만큼 나는 언감생심 한국의 저주받을 44사이즈앞에 고개숙인 소외감을 이곳 캐나다에서 위로받았다아~~
뭐 글타고 'S여서 행복해요'하며 냉장고앞에서 영상 찍어 유투브에 올릴 정도는 아니고. 
캐나다의 사이즈 체계는 정말 폭넓더라. 무슨 XS에서부터 XXXL까지. 그런가하면 무슨 0, 1,2...로 나가는 것도 있고. 

한국에서 한때 그래도 돌려말해서 '용모단정한 분'이 이제는 드러내놓고 '예쁜 분'을 명시하게 된걸보면, the thinner, the better의 동네에서 '가는 분'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게 될 날이 있지 않을까 우려해본다. 예서도 별로 '안 가는' 한 사람으로서 제발 기우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