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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물리학 -림택주

마담파덩 2019. 1. 14. 11:20


거리를 둔다는 건 마음을 단속하는 일이다. 당신은 더이상 다가가지 않을 것이고,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관계는 무의미해질 것이고 사랑으로 진화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무레하게 대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에겐 사이가 없다. 우주가 아니다. 숨을 쉴 수 있는 거리가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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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끌림은 없다. 짧은 순간이지만 상대에게서 평소에 선호했던 어떤 특성을 발견했고, 서로 어울릴거라는 판단을 직관적으로

했다는 의미가 첫눈에 들어있다. 무작정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따져보고 내린 선택을 '운명적'이라는 말로 근사하게 포장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첫인상이 좋았다고 할 때의 첫인상은 마음이 아니라 몸의 언어, 즉 태도를 말한다. 몸짓과 말투와 눈빛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됨됨이가 드러난다. 태도는 숨길 수 없는 바로 그 사람이다. 그가 살아온 환경과 품성과 세계관이 종합된 비밀코드가 태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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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삶을 견디며 산다. 동정할 까닭도 값싼 위로를 건넬 이유도 없다. 오래 견디면 견디고 산다는 걸 잊게 된다. 견디는 삶도 오래 사랑하면

풍미가 더해지고 즐길만한 삶이 된다. 기실 즐기는 삶이라는 것도 반드시 무언가는 견뎌내야 한다. 오늘의 자유든, 내일의 희망이든, 모든 것은 무언가를 견딘 자에게 주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의 삶에 다른 방도는 없다. 즐기든 견디든 당면한 오늘을 기꺼이 살아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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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와 애도마저도 병원 지하를 벗어나지 못한다. 화장터는 멀리 벽지에 있고 무덤은 더 멀리까지 산속으로 밀려난다 죽음은 철저하게 분리되고

함구되고 배척된다. 장애인 학교마저도 혐오시설이 되는 마당에 묘지가 시내 한복판에 들어선다는 상상은 꿈속에서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우리는 죽음을 삶에서 완전히 떨쳐내고 죽음 없는 삶을 산다. 그래서 건강하고 그래서 생생하고 그래서 신선한가? 내가 보기에 죽음을 죽여버린 삶은 죽음보다 더 공허하고 불행하다. 그 삶은 두려움이 없어 한없이 무례하고, 성찰이 없어 끝없이 탐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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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 이 일이 아니라 다른 일을, 지금의 내가 아니라 다른 모습의 나로 산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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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큰 목적을 두고 살지 않기를 바란다. 삶이 가치있어야 하고 어떤 의미를 남겨야 한다는 것도 타인의 시선이고 타인의 틀이고 체제의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 너는 그냥 살아라. 그래도 무언가는 된다. 아무것도 아니어도 상관없다. 너는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네가 네 자신을 인정하며 살아라. 삶의 기준을 네가 정하고 살아라. 네가 좋으면 온전한 삶이 된다. 그래도 괜찮다. 그것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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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과 사귀는 법을 모르고 사는 어른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어떤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고 어떤 감정을 보살펴야 할지 몰라 온갖 감정을 다 끌어안고 살거나, 모든 감정을 내보내버리고 감정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감정에 끌려다니며 사는 사람도 있다. 

감정 관리는 자기 자신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끊임없는 걱정과 고민들, 고통과 상처의 기억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아야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삶에서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때는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때이다. 감정은 애완견과의 산책과 같다. 내가 어디로 갈지는 애완견이 아니라 목줄을 쥔 내가 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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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나에게 말하지 않는 너를 바라보는 일이고, 쓸쓸함은 나에게 말하지 않는 나를 바라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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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도 나중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게 인생이다. 다 고만고만하고, 결국에는 '살아냈음'에 수렴된다. 날개를 파득거리며 기우뚱기우뚱 창공을 향해 조금씩 상승하는 수밖에 다른 이륙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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