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예견된 재앙이었지 않았을까.
운전하면서 안좋은 버릇이, 꼭 끝까지 버티다가 기름을 넣는 것.
불이 들어오고서야 넣어야 하는데 넣어야 하는데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위기감이 턱까지 차오르며 좋게 말하면 스릴이고 정확히 말하면 x줄이 타는 경험 한두번이 아니건만. 그러다가 다급해지면 지저스에 붓다, 알라, 심지어 인도의 시바신에게까지 절박한 심정으로 빌면서 간신히 주유소에 당도한 적이 여러번이건만. 그때마다 정말 마지막 한방울로 간신히 도착하여 새로 기름을 채워넣어왔다는게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
지난 토요일, 토론토 다녀오다 미시사가에 들러 원정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에서 차에 힘이 없다고 감지하는 순간, 시껍하여 차를 갓길로 뺐다. 시동을 걸어도 크르럭 거리는 소리만. 아 이를 어쩌지. 어둠이 내린후의 고속도로는 왜이리 깜깜한지, 갓길에 차 세워두고 있으니 주행선에 달리는 차들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화물트럭이라도 쌩 지나갈땐 내 차가 전복되지나 않을까 겁도 나고. 고속도로에서 스스로 조난(?)을 당하면 이렇게 막막하구나. 뭣보다 Where I am?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지 하다가, 평소 내 보험회사가 어딘지도 관심도 안두고 살던 내가 차안을 뒤져 전화를 걸었다. 기름도 의심을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밧데리가 방전된걸로만 생각했다. 달리는 차가 왜? 하면서도. 출동 서비스가 와서 충전시켜 줄줄 알았더니 토우트럭에 싣고 집에 왔다.
방전된 차를 세워두고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어찌하나 하다가 여전히 밧데리 방전으로만 의삼하며 케이블 사서 충전시켜보려 캐네디언 타이어에 갔더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양의 물건이 없길래 그냥와서 할 수 없이 정비소에 가야하나 보다 하고 마침 우편물이 와있던 CAA 임시 멤버쉽 카드가 있길래 밧데리 충전서비스를 요청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밧데리는 멀쩡하네. 정비소로 가야겠어서 이번에는 견인서비스를 요청했더니 와서 보고는 기름이 없어서 그렇다는군.
아뿔싸 하면서도 제발 그 문제이면 좋겠다 바라며 차 매달고 견인차 타고 가까운 주유소에 갔다. 기름 조금 넣고 시동거니 걸리네. 휴우,,
기사가 'easy fix!' 하고 싱긋 웃는데 창피하기도 하고 그만하길 다행이다 싶고.
이번에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다. 기름이 떨어지면 차는 멈춘다!
시껍했던 이번 엥꼬의 재앙을 겪고 결심했다. 이후로 차를 운행하면서 계기판에 기름통 표시 불 들어오는 일이 있게 한다면...
내가 순실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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