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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쓰지 않을, 권리-은유

마담파덩 2017. 8. 1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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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부모로서 느끼는 우려는 비슷할 거다. 아이가 책-학업을 멀리한 대가로 가난과 불행을 면치 못할까봐 걱정스럽다. 그런데 요즘 난 다른 층위의 근심이 생겼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군, 직장, 학교, 가정에서 자행되는 상상 초월 위계 폭력과 젠더 폭력 뉴스가 터진다. 저 정글에서 아이가 남을 해치지 않고, 자기를 침해하는 것들에 저항하면서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을지 염려한다. 해결책은 책이런가. 강제적으로라도 읽히는 게 좋을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부모나 교사가 시키는 무리한 것들을 ‘싫어도’ 해낸다면 훗날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이 시키는 별의별 일도 ‘싫은데’ 꾸역꾸역 감당할 여지가 있다.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싫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한 건 ‘자기 돌봄’이다. 수능 고득점의 초석을 다지는 독서와 논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는 법을 들여다볼 기회와 자기 억압을 털어놓을 계기가 필요하다. 그게 나에게는 책과 글쓰기였는데 내 아이에게는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나는 알겠다. 해봐서 안다며 책부터 들이밀면 아이가 스스로 가꾸어갈 경험과 사유의 자리가 막힌다는 사실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격려받는 만큼 싫어하는 아이의 권리도 존중받기를. 입막음을 당하는 약자에겐 행동하지 않음도 행동이다.


출처- 한겨레 신문


진짜 그런가. 나도 생각을 바꿔야 하나. 노숙자를 다시 세상속으로 걸어들어오게 만드는 것도 책이라고, 폐지를 줍는 일을 하더라도 인간이라면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늘 말하는 나도 결국 '엄마모드'에서 강요하고 있던건가. 내버려둬도 될까. 그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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