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French Canada로 떠난 '바캉스'

마담파덩 2017. 9. 1. 10:03

한때 우리나라에선 여름휴가를 일컬어 '바캉스'라 부르던 때가 있었다. 바캉스 시즌, 바캉스 특별세일 등등... 나의 육체와 정신이 몹시 지친 때, '사람이 먼저'라는 고국의 나랏님 말쌈에 힘입어 떠나기로 맘먹었다. 뭔가 색다른 느낌을 원했던터라 French Canada라 불리워지는 Quebec을 점찍었다. 

기차여행을 계획했을 때 제일 기대되었던 것은 10시간 정도 기차에 머무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이 그냥 책보고 창밖을 내다보고 하품하고 졸고 다시 깨어나 책보고 창밖 내다보고 또 졸고... 참으로 좋지 아니한가!  
기차가 어느새 French Canada 지역으로 들어서면서 안내방송에서는 불어가 먼저 나오고 있었다. 

Old Quebec엘 가니, 아 좋구먼, 이 '구라파'스러움. 
아기자기한 가게들, 음식점들, 노천 까페들, 어딜가나 북적북적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소란. 
이런 도시스러움이 몹시도 그리웠던 울집 소녀는 마냥 신이 났다. 
알고보니 우리 사는덴 시골이었숴...캐나다라고 다 그런게 아니었숴...  

잠시후, 뭐지? 옹숑숑 꽁숑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언어예술의 향연 틈새에 귀에 와 꽂히는 이 언어는? 퀘백엔 어딜가나 한국인이 참 많았다. 한국어가 적힌 여행사 대형버스도 눈에 띄고. 
사연인즉슨, 최근 한 드라마에 퀘백이 나왔단다. 그래서 최근 퀘백이 인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가히 드라마에 리드되는 삶이라 할만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건 뭐든 열풍이 부는 한국인의 뜨거운 피를 누가 비난하랴. 

처음 여행을 제안했을 때, 퀘백에 별 볼 일 있겠냐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던 울집 까칠한 녀석들, 공연히 고무되는 눈치다. 여기서 공유가 어떻고 저기서 김고은이 어쨌고.. 입장인원이 꽉차 못들어간 국회의사당 앞 분수대도 나왔대나 어쨌대나. 
까칠하기로 녀석들 못지않은 나, 홀딱 깨는 한마디를 툭 던져본다. 
"왜, 분수대 앞에서 공유랑 김고은이 기습키스 했지!" 푸하하 요즘 한국 드라마에 '기습키스'는 필수인듯 보이니까. 

퀘백의 보배는 Saint Laurence강이렷다. 강변을 따라 세시간여 자전거로 달리며 바라보는 세인트 로렌스강은 정말 일품이었다. 운동전무한 노쇠한 육체탓에 뻐근한 허벅지를 쉴겸 강변에 앉아 싸가지고 온 스시롤을 꺼내 먹는 맛은 음...따봉~ 아니 쎄시봉~.  

퀘백의 상징과도 같은 Chateau Frontenac 호텔. 앞태, 뒷태, 옆태를 다 둘러보아도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돋보이는 이곳은, 2차세계대전 때 루즈벨트 대통령과 처칠 수상이 만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논의한 곳으로 유네스코에 헤리티지로 등재돼 있어 그 앞엔 하늘색 유엔 깃발이 펄럭인다. 

밤에 보는 Chateau Frontenac 호텔은 그 아름다움이 더한데, 그 장광에 '대박'을 연발하던 작은넘이 그런다. "엄마, 나는 저기서 꼭 한번이라도 자보고 싶어. 내 버킷리스트야" 
"근데 저기서 자는 사람들은 지금 이 야경을 못즐기는거 아닌가?"
암튼, 홀딱 깬다니깐. 

캐나다에 꼴랑 몇 년 살았다고 해서 아는 거 뭐 있겠냐마는, 난 캐나다의 General Governor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 알았다. 여왕 말고는 캐나다내에서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의 대빵이고 대외적으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자리인줄 알았다. General Governor란 국가원수이자 군최고사령관으로서 캐나다내에서 여왕의 대표자격이며 대외적으로 캐나다를 대표하는 자리라는 것.   

올드 퀘백 지역엔 아기자기한 까페와 레스토랑이 참 많다. 도란도란 사람들의 말소리와 그릇 부딪히는 맑고 경쾌한 소음이 있는 노천 레스토랑을 지나다, 잠시 벽에 머리를 기대고 선채 하품하고 있는 웨이트레스 아가씨를 어쩌다가 아들과 동시에 보게되었다.
"여기 이 많은 사람들은 먹고 즐기고 신나보이지만 저 아가씨는 지금 피곤할뿐이야. 그지?" 
"진짜 안돼 보인다. 미안할 정도로..."
"내일은 off일지도 모르지. 오늘은 일하고 내일은 다른데 가서 즐길지 몰라.그런거야 인생이란. 엄마도 어제까지 일하고 오늘 여기 와 있는거잖아."
고거이 C'est la vie~ 아니겄숴?  

장딴지와 엉덩이가 뻐근하도록 두 발로 걷는동안,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페달을 밟으며 강바람을 온몸에 맞고, 여기저기 눈길 닿는 곳이면 만지듯 유심히 관찰하며 다닌 짧은 여행. 이제 곧 9월이다. 조금이라도 신선해진 시각과 마음가짐으로 새 계절을 살아내리. 

근데, 청춘도 아니건만 좀 편안히 다닐 일이지 힘들게 빨빨거리고 다닌게 솔직히 뭘그리 좋을라고... 
천만에,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Non, Je ne regrette 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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