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있을 때, 그 할 일이 선뜻 내키지 않을 때 항상 뻘짓으로 빠지는건 죽을 때까지 못 고치는 일일까.
유투브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숙제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한국 티비에 방송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고 보게 됐다. 금보라라고 하는 별로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 배우와 그 아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건
그 두 모자의 갈등 어쩌고 하는 내용과 네팔, 희말라야라는 배경이었다.
'모성'은 영원히 그냥 먹고 들어가는 주제에다 정의인가. 결국 사랑인 것으로? 그런 면에서 모성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은 참으로 유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그냥 여차하면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의 화신으로, 결국 눈물겨운 감동으로 결론낼 태세를 취하니까.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아보이는 모성도 세상엔 널린 것을 알고있기 때문에 난 감화되진 않을거지만.
방송에선 그저 '모성'을 언제나 상투적으로 소비하고 있는듯하다.
프로그램에서 느낀 금보라의 모성은 그냥 흔하긴 한데 자식욕심 외엔 별다른 건 없어보였다. 자식의 인생이 내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내 보기에 흡족했으면 좋겠다... 특별히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만 특별히 '사랑'으로 오글거리게 포장할 것도 아닌.
일단은 아이가 중학생 때, 아이가 원하지 않는 유학을 보내놓고 약속을 어기고 재혼을 했다는 부분. 거기에서 엄마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버려졌다는 상처를 아들은 말한다. 엄마는 엄마이기전에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어필하며 '작은약속'이라고 표현한다. 당당함일 수도 있다.
중학생 부터 이십대 중반이 될때까지 상처로 간직한 부분에 대해 그 학교는 아무나 갈 수 없는 학교인데 새남편이 애써주어서 가게 된 거라며
새남편 칭찬을 하며 생색을 냈지 아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부분은 없었다. 사과는 물론. 그러면서 오해가 풀렸다는 식으로 몰고갔다. 과연 아들의 감정이 바뀌었을까. 응어리가 풀어졌을까. '엄마는 믿어'. 자식을 통제하는데에 굽힘이 없던 자기주장 강한 엄마가 자식에게 믿는건 뭐라는걸까. 결국 네가 나를 만족시키게 될 것을 믿는다는 걸까. 나도 엄마지만 아무 감동이 없는 마무리.
결국은 모자사이의 그 어떤 갈등도 풀리게 되었있다는듯 '천륜'의 사랑으로써 나레이션을 하면서 크레딧이 올라갔다. 제작자들 하고싶은대로 멋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끝내는구나. 그럴줄 알았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안에 엉킨 감정의 실타래가 그리 간단한가. 아, 참 지겹다는 느낌이 확 밀려들었다. 시청자는 그렇게 교훈을 강요받았구나. 원래 그런거야.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살고 그건 언제나 옳은 것, 엄마만세. 아들은 깊은 응어리가 있었지만 사랑으로 다 녹았어, 원래 그러기로 되어있는거야. 세상 어떤 부모 자식 관계도 이 공식으로 안될게 없다고,
안그래? 감동 먹었지?
아, c-bar. 시간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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