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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긍정의 사내

여기 한 사내가 있다. 흔한 표현으로 '고뇌에 찬' 모습이 별로 없어보이는 한 사내. 60여 년 그가 살아온 궤적에 생성된 일련의 사건들 또는 경험들은 그의 뇌안에 있는 밝혀진 바 없는 무언가에 의해 '무조건 긍정 모드'으로 전환되어 사고하게 되는 특이점이 드러났다. 이 사내를 학계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은밀히 연구 과제로 삼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카더라 통신도 떠도는 실정이다. 항간에서는 인류의 극소수만 보유하고 있다는 특정 분비물의 작용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에서는 역시 희귀한 호르몬의 영향이라는 설, 유전자 자체가 100년 주기로 한번씩 나타난다는 설에 이르기까지 주장이 분분한 중이다. 뭘해도 중압감을 느끼지 않고 어떤 행위의 결과에 대해 과오를 과오라 여기지 아니하며 후회나 자책의 감정이 전혀..

글 나부랭이 2025.04.18

열풍 참 많은 나라

몸은 한반도의 지구 반대쪽에서 있어도 소식은 대략 다 알 수 있는 혜택받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모르기로 작심 -가끔 시도하는 일이다-하고 외면하지 않으면 시간차를 길게 두지 않고도 한반도 남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대부분 알 수 있다. 대략 갖는 느낌은 참 '열풍'이 많다는 것.  언젠가부터 왠 트로트가 이리 떠들썩한가 싶게 온통 트로트 열풍이더니 이게 무엇인지 남몰래 찾아봐서 알아야 했던 탕후루 열풍, 그러더니 테니스가 열풍이라고 했다. 딱 그 무렵이었던 3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한 만남의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 한 사람이 늦게 오면서 테니스를 치고 왔다고 하길래 나는 무심코 '테니스를 치시냐, 요즘 테니스가 유행이라더니 정말 그런가보다.' 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랬더니 그는 30년 됐다고 했..

글 나부랭이 2025.04.13

불자동차는 아름답다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안에는 '불자동차'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있다. 어릴 때 장래희망란에 '소방수'라 적었었다는 작가는 이 글에 소방차에 남다른 신념과 관심, 그리고 염원을 풀어놓았다. 평소에는 소방관 또는 소방차, 그들의 일에 큰 관심을 둔 적 없었다가 이 글을 읽고 적잖이 감동받았다.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 대해서 안도감을 느낀다.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드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인간다움이 아직도 남아있고,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영화 '소방관'을 봤다. 재난을 다루거나 소방관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소방..

글 나부랭이 202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