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을 아시는지?
나도향 원작의 '뽕'이라는 소설이 있고, 1,2,3 으로 이어진 한국영화 '뽕'이 있는걸로 안다.
왜그런지 모르지만 제목을 들으면 단박에 느낌이 팍 오지 않나. 청소년관람불가로.
또 이런말도 있다. '뽕 맞았냐?' 당근 불순한 상태다.
백지상태의 천진난만한 아기들도 웃게 만들 수 있는 의성어가 또 이 '뽕'되겠다.
아무튼 '뽕'들어가는 것치고 우아하고 격조가 높은건 없는거 같은데...
한편, 나의 신조는 '맨몸으로 멀쩡하자'이다. 아니 였다.
가능하면 그 어떤 보조기구 없이 태어난 그대로 최대한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자는 얘기다. 자연그대로...
그런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멀쩡'하지 않은 오리지널을 수많은 '보조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걸 목격하고나서 나는 나의 이런 치기어린 오만을 버렸다. 안경을 비롯해 틀니, 보청기, 의수, 의족, 인공심장, 인공관절, 심지어 인공X꼬, 등등등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외모가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잡은 시대 또는 사회에선 멀쩡하지만 각광받는 '보조'들이 인기인것 같다. 은밀한 보조들...
한국의 포털사이트에 재미있는 광고 배너가 눈길을 끌었다. 이름하여 골반뽕.
뽕브라는 오래된 얘기고 남자들의 어깨뽕, 그리고 엉덩이뽕까지는 내가 알고있었는데 이 골반뽕은 신제품인지 아니면 나만 이제서야 안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생애 두번 산부인과를 출입하며 '골반이 작아서 슬픈 산모'였던 나였기에
이곳 캐나다에서, 그닥 몸매가 빼어나지 않아도 적당히 넓은 골반을 가진 다양한 인종의 여성들을 보면서 보기좋단 생각을 하곤 한다.
부위별로 다양한 뽕들의 진화(?)현상을 보면서 우스개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국에서 살 때, 이름하여 아줌마 수다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여자들이 팬티와 브라를 이름있는 브랜드 제품의 셋트로 맞추어 입어야 하는 이유인즉슨,
만일 교통사고가 나서 응급병원으로 이송시, 그 사람의 속옷의 '수준'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는, 상당히 신빙성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왠만하면 분위기 맞춰 손뼉쳐가며 웃어줄 수 있겠는데 도무지 공감의 포인트를 못찾겠던 기억이 있다. 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행여 무시당할까 '있어보이는'데에 그토록 공을 들여 대비해야 하는건지... 실제로 이와같은 환자의 등급 처리 기준이 있다면 몸의 군데군데에 뽕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환자들은 어떤 취급을 받을까. 푸하하.
성형수술을 비롯해 뽕이든 뭐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어떤 식으로든 보정해서 자신감을 갖고 살겠다는 생각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세태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을 넘어서 없어보여 무시당하지 않기위해 강박적으로 방어하는 동시에 폭력적으로 과시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현상이 씁쓸할뿐. 남을 배려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마음뽕, 이성과 지성을 풍부하게 하는 뽕지성은 제품으로 가능하지 않겠지?
뽕, 뽕 하다보니 뽕이 땡기지만 뽕 맞을 일도 없고 뽕제품 사용할 생각도 없는 나는 그저 뽕잎차나 마셔볼까. 그런데 뽕잎차가 찬 성질이 있다고하니 그것도 내게는 아닌거라. 뽕과 인연없는 나, 그냥 노화방지에 좋다는 솔잎차나 한잔.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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