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살면 팁 부분이 상식에 속하는, 특별히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라기보다 그냥 의례히 주게되어있는 부분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오늘 한 한국음식점에서 팁 주기가 너~~무 싫은 경우를 겪었다. 팁을 안주면 진상고객일까 갑질일까.
평소 한국음식점 가기를 꺼리는 편인데(맛있는 경우가 별로 없어가...) 아이들이 가고싶어해서 가게 되었다. 김치찌개, 감자탕, 돈까스, 깐풍기를 시켰는데 깐풍기는 뼈가 있어서 프라이드 양념치킨과 다를게 없었고 바삭하지 않은 돈까스, 신김치로 끓이지 않은 기름만 둥둥뜬 괴상망칙한 맛의 김치찌개, 거뭇거뭇한 껍질을 벗기지 않은채 넣은 감자탕속의 설익은 감자, 쌀알의 형체가 뭉개진 떡밥.
간만의 외식중 대화의 대부분은 맛이가 해도 너무한다와 팁을 주느냐 마느냐를 두고 소곤소곤.. 노팁을 결심하고 계산대에 갔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맛있게 드셨냐고 묻길래 솔직히 말하자면 아니라고 했더니 어떤 부분이 그러냐고 해서 조목조목 대노라니 주인왈, 원래 감자는 벗기는게 아니고 밥은 하다보면 가끔 그렇게 되고 등등의 납득안가는 해명뿐.
카드기기를 받아드니 팁이 딱 정해져 있네. 보통은 퍼센트의 숫자를 직접 기입하게 되어있더구만 여기는 친절하게도13%,15%, 20%로 딱 설정해놓은 것. 뭐 이래, 어쩌지... 한참을 들고있다가 과감히 amount를 택해 0을 눌러버렸다. 주인 앞에서 낯이 뜨거웠지만 할 수 없다. 진상이 되더라도 이건 내 양심이다. 미식가는 아니나 반백년 가까이 살아오며 한국음식맛의 기본은 아는 입인데 이런 맛을 감히 한국음식이라 내걸고 있는 꼴을 묵과할 수 없다... 생각하면서 미안하다고 하고 나왔다.
그런데 오늘 나에게 불쾌했을 그 음식점 주인은 자기들 음식맛에 고민하기보다 같은 한국사람끼리 너무하네, 외국에 나와살면서 캐나다식을 따라야지 한국사람들 참 매너없어...하면서 나를 욕했을거 같다. 팁 너무 주기 싫을때 안주는 것도 권리일까? 아님 상도덕에 위배되는 파렴치한 행동일까? 궁금한데, 두고 생각할수록 내가 노팁을 행사한 것은 잘한 일 같다. 안그랬으면 부글부글 했을거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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