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살면서 제일 아쉬운게 뭔지 알아? 한국영화야. '기생충' 이후 영화 본게 읎네? 그런데 요즘은 뭐 코로나가 덮쳐서 극장도 사정이 좋지 않겠지? 울동네 영화관도 어제 지나다보니 아예 문을 닫았던데. 좌석이 10씩 건너서 지정이 돼서 멀찌감치 띄엄띄엄 앉으면 것도 안될까나? 에휴 암튼. 영화 맹그느라 욕본 사람들 정말 아쉬움이 많겠어.
이 와중에 개봉을 앞두고 -아니 이미 했겠네- 내 관심을 끈 이 영화도 그렇지 뭐야. 정승오 감독이 만든 '이장'이란 영화랴.
“어린 시절 집에서 제사를 지낼 때면 좀 이상하다 생각했어요. 남자들만 절을 하고, 고모와 사촌 누나는 절을 안 하는 거예요. 아버지께 여쭤보니 ‘여자니까 못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식인 제사에서 가족 내 차별이 있다는 점에 근원적 의문을 품게 됐죠.”
아오~ 제~사~? 제사라면 나 할 말 많은 사람이잖아. 그냥 제사가 아니야 나한텐. '그놈의 제사'지.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직전까지 꼬박 10년을 (그놈의) 제사를 지내다 온 사람이잖아. 응? 뭐지? 이 껄끄러운 느낌은? 아, 그냥 제사라고 해야겠다. 내가 지낸건 시아버지 제사였거든. 흐흐
“가족 내 차별이 발생하는 근간은 가부장제이며, 여기서 몸에 밴 관성이 사회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그 뿌리를 파헤치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가~부~장~제에? 아오~ 난 그것도 할말 많은 사람이잖아. 나도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바로 그거라고 믿는 사람이거든. 그 뿌리? 파헤져줘 파헤쳐줘. 지금은 가부장'제'는 없을지 몰라도 사람들 의식에, 이건 남녀 통틀어서야, 깊히 박힌 가부장제적 의식은 말야, 이건 뭐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손 자주 씻고 거리를 두고 봉쇄조치 정도가 아니라, 음...아주 그냥 살처분을 해버려야 된다고 봐.
영화 '이장'의 정승오 감독. 서정민 기자(한겨레 신문)
나는 말야, 이런걸 무슨 관념으로나 하나의 이데올로기로도 봐주기 싫은 사람이야. 그냥 착취지 뭐. 어찌어찌하다보니 내(남) 이익에 네(여) 희생이 필요하네? 그걸 너도 알아차렸어도 너만 가만있으면 내가 좀 이롭네? 그거 아니냐고. 그 하나를 고수하기 위해 온갖 개소리 (이거 비속어인가?)를 그럴싸하게 논리화 한거 아니냐고.
우습고도 복잡한 문제는 이게 단순히 남자 vs 여자의 대결이 아니란거야. 남자만 본인들의 리그를 옹호할까? 아니지. 여자의 일부가 가부장제에 충실한 조력자로서 맹활약하면서 그 뿌리가 단단히 내려 민들레보다도 더 질긴 생명력으로 영생불멸하도록, 양분을 담뿍 퍼붓는 인구계층이 있어왔잖아. 바로, 어쩌다 우연히 XY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을 키워 무사히 세상빛을 보게 했다는 단하나의 이유로 이를 통해 인생역전 및 자아실현을 꿈꾼 세력들 말이야.
입에 거품 물다보니 아주 오래된 일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네. 제사였는지 명절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암튼 뭐 그런 날이었어. 모이는 날, 그래서 음식이 많이 필요한 날. You know. 우덜 신경쓰이는 이벤트가 제사나 명절 말고도 또 있는거 알지. 그분들 탄신일. 그걸 어떻게 할건지, 그니까 집에서 할건지 나가서 외식으로 치를건지 그런 논의가 가볍게 이루어지고 있었던듯 해. 나는 그들이 화기애애하게 포진해있는 거실 소파 주변에서 떨어진 - 뭐 집이 안크니까 그리 멀지는 않을거아니야 -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물소리틈에서도 뭔가가 내 청각기관에 접수된 것을 감지했어.
누군가 외식을 제안하자 그들의 생산자, 즉 앞에 언급한 '조력자'께서 '집이 최고, 외식은 낭비'를 피력하셨고 이에 대해 집에서 준비하려면 힘들지 않느냐는, 강도로 봐서 굳이 반론까지는 아닌 반론을 누군가 제기하자 그 생산자께서 그러시는거 아니겠어?
'그럴라고 있는 사람인데 뭘...'. 와,와,와, 왓? 그니까, 나, 뭐할라고 있는 사람? 아~ 그럴라고 있는 사람...
귓바퀴를 간질이다 외이도로 쑥 들어와 중이를 거쳐 세반고리관을 흔들어대며 잠시 내게 어지럼증을 일으킨뒤 내이를 지나 내친김에 심장까지 도달해 푹 박혀버린 그녀의 설도! '그럴라고 있는 사람'!!!!!
에휴~ 어머 어머 이거 땅 꺼진거봐. 근데 그거 알아? 제사의 주체 혹은 주최가 누군지? 바로 음식 장만하는 사람이야. 몰랐지? 예전에 나 아는 동네 어떤 엄마가 자기 남편의 형이 이혼하는 바람에 제사를 둘째 아들인 자기네가 지내게 되었다며 툴툴대는걸 봤어. 맏며느리로서 이미 제사를 수년째 지내오는 내가 둘째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제사 지내게 된 억울함에 함께 울분을 터뜨려야 하는거야? 이거 다들 뭐하는거냐고 증말...
그런데 왜 이혼이 제사 양도사유가 되어야 하는거지? 음식 장만할 여자(아내 및 며느리)가 없다는거 아니야. 그니까 제사는, 다시 말할께, '그놈의 제사'의 권력은 음식에서 나오는건가봐. 정말 웃기는 얘기지 않아? 핵심이 빠졌잖아. 절을 남자들만 할 수 있는게 권력의 상징이나 어떤 부여된 자격같은거 그런게 아니었던거야. '그럴라고 있는 사람'과 제사상이 핵심요소인 순 허당 코미디극인거라고.
아, 내가 너무 과격했나? 그런게 있는지 모르지만, 대한유림협회 뭐시기 같은데서 와서 한판 붙자고 해도 나 하나도 안쫄 자신 있다고.
나 '그럴라고 있는 사람'인데, 왜, 뭐!
사람은 누구나 '자기답게 자기 삶을 살려고 있는 사람'이라며 턱 들이대지 뭐. 흐흐
정승오 감독의 포부대로 '가부장제에 안녕을 고하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깨달아서 우리 세대포함해서 울 딸들은, 아니 아들들까지도, 착취와 울분이 없는 세상에서 살길 진심 바라.
침 열라 튀긴 오늘의 모노수다 끄~~~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