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첫빠따'로 코로나 백신을 맞다

마담파덩 2021. 1. 4. 05:05

이즘처럼 한 해가 저물무렵이면 신문이나 언론매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한 해의 10대 뉴스 또는 올 해의 키워드 00 등등. 2020년의 경우, 그 둘에 다 해당되는 것을 단박에 꼽지못할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코로나 바이러스.정체가 잡히지 않는 이 실체에 온 세계가 골머리를 앓으며 해결책으로 목말하던 것이 바로 백신이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바이러스를 다스리기 위해 마스크며 거리두기를 시행해 오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백신이 개발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효율도 90%니 95%니 하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숫자들을 보고 나는 단순 무식하게 이렇게 받아들였다. 약의 성능이 95점 정도 된다는건가. 고득점이니 믿어도 되겠네 끝.그러다가 Pfizer사에서 개발된 새 백신에 대해 임상실험을 한 내용을 살펴봤다.


각각 21,830명씩 두 그룹에 한쪽은 진짜백신을, 한쪽은 가짜백신을 접종했다.

가짜백신을 맞은 그룹에선 162명의 감염자가 나왔고 진짜백신을 맞은 그룹에선 8명이 걸렸다.  

가짜백신을 맞은 그룹의 감염위험률은 0.74%진짜백신을 맞은 그룹의 감염위험률은 0.04%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백신의 효율성 95%라고 하는 의미는 아무것도 안했을 때 0.74% 걸릴 위험을 백신을 맞았을 때 0.04%로 낮춰서 백신은 결국 감염위험을 95% 낮춰준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평소 궁금하던게 떠올랐다. 캐나다는 물론, 미국, 유럽 등지에서 날마다 기록경신을 하는 그 감염자 숫자들을 보며 궁금했던게, 그 많은 감염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를 얻는걸까 였다. 인도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데라면 이해가 가겠는데, 인구밀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서 어떻게. 여기다 이 임상실험을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아무 조치도 안한 21,830명중 162명이 많은가. 물론 이게 3억2천여 정도되는 미국인구를 놓고 보면 0.74%는 2백만명이 넘는 수가 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방역당국등에서 권장하는 정도를 지키면 감염 피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일까.


95점, 아니 감염위험을 95% 낮춰줄 백신이 나왔을 때, '이제 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나. 그런데 정작 접종이 시작되면서 백신을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다. 나는 일부에서 주장하는 백신 음모론 같은 건 아예 내용조차 모르는 입장이고, 백신이 비싸고 보관상 보편성 문제로 전세계인이 고루 혜택받기 어려운 문제를 어렴풋이 알 뿐이다. 한편 요즘 한국 언론이나 일부 국민들은 백신 확보 문제를 두고 정부를 평가질하는데에 힘을 쏟는듯 보인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 그 말많고 탈많은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세상에 태어나 생애 처음 맞은 BCG '불주사' 맞은 자국 바로 아래에다가. 캐나다는 지난 12월14일, 'V-DAY'로 지칭하기도 하며 첫 접종이 시작되었다. 통상적인 다른 백신은 개별적으로 맞는 것과 달리, 이번 코로나의 경우는 헬스케어 시설 개별 단위로 단체로 스케줄을 잡아 맞는데, 평소 대중교통인 시내버스가 'special'이란 표시를 내붙이고 접종받을 인원을 싣고 -물론 거리두기를 하느라 두대에 나눠서- 병원까지 수송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Pfizer 사의 백신은 초저온에서만 보관이  가능한데 이는 아무데서나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백신에 대해 누구나 나처럼 이를 환영하고 안도하는게 아님을 알게됐다. 백신 불신과 건강염려의 시너지. 1년가까이 인류를 제압해온 실체에 대해 무지한만큼 그에 대한 해결책에 대한 불신도 더 커지는걸까. 처음있는 것이기때문데 뭐가 들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부작용 사례에 민감한 나머지 백신을 거부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펜데믹에 따르는 백신접종의 경우 인구의 일정비율에 도달해야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인 Anthony Faucci 의사는 이 비율로 80-85%를 제시한바 있다. 바로 내 주변 적은 수의 비공식 표본집단을 보면 이 숫자에 도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보건당국이나 정부에서도 '권장', '추천', '촉구' 또는 '이 좋은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랄뿐 '까라면 까'를 들이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Pandemic 시대에 따른 백신 접종은 내가 꺼림칙하다는 생각을 앞세우기 보다는, 백신을 맞음으로써 나는 물론 주변 사람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으로부터 안도감을 얻는 의미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첨단 과학 문명 시대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을 때, 그간 인류가 쌓아온 지식과 기술력으로 개발한 백신의 존재는 그래도 21세기 인류가 뭐라도 할 수 있었다는 위안이 지금 우리에게는 바이러스 퇴치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백신을 맞은지 7시간이 지났다. 나의 왼팔 '불주사'자국 아래엔 앙증맞은 밴드가 하나 붙여져 있을뿐 내 몸에는 특별한 아무 느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