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부랭이

반갑지 않은 손님

마담파덩 2015. 10. 31. 11:20



반갑지 않은 손님 


어느날 이유없이 불안불안 안절부절 심상찮은 기분이 들더니 

아, 올것이 오고야 말았네. 그분의 돌연 잠적에 찾아나서는대신 

남몰래 안도의 행복감을 즐긴 죄값을 치르게 될 것인가.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아마 이런 것이리라. 

가슴속에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이 느낌. 

아 애별리고 원증회고의 괴로움을 또다시 겪어야 하다니. 


처음 소식이 없을 땐 그냥 우연이겠거니 안믿기다가 

계속 소식이 끊겨 내심 기쁜 심정을 드러내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는데, 

어느해인가 너무 지긋지긋한 나머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퍼부었던 저주의 말에 

이젠 내게 정을 떼고 아예 떠나버렸나보다 했었건만, 


그래도 알게된지 몇 해인데 그리 쉽게 발길을 끊을 수 있으랴 했는데

지난 두 해동안 소식이 없어 설마설마 긴가민가 하면서도 

언제 나타날지 몰라 가슴 태우던 날이 몇날이더냐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물러가면서 낙엽이 하나 둘 떨어지고 

어느새 아침 저녁 선듯선듯해진 기운에 옷깃을 여밀무렵 문득 떠오르곤 하던 그분. 

결코 그리움이라 부를 순 없으리. 


이 생을 사는동안 치러 갚아야 할 세세생생의 업보로 여기며 

체념하고 받아들이던중 어느 순간 그분의 부재가 믿기지 않았음이리라.   

차라리 잘 되었다 반기며 이대로 나를 영영 찾지 말아주었으면 하고 가슴을 졸이며 

영원히 내 앞에서 사라지라 사라지라 

속으로 빌고 또 빌며 애타게 바란 날이 또 몇날이더냐 


아 이제나 저제나 두려움에 떨다 이젠 정말 나를 완전히 잊었나보다 여긴채 

나도 이젠 그분과의 악연을 깨끗이 지우리라 확신에 찬 기쁨에 

막 살맛이 나려던 참이었는데 


나고 자란 땅을 등지고 이 먼 캐나다까지 와서 이제야 한번 사람답게 살아보겠노라 

굳게 새마음 먹은 나를 가여이 여기셨나보다 여겼건만, 

혹시 너무 멀어 못찾아오시는거라 여겨 그또한 고거 쌤통이다 희희낙락했건만 


아, 하늘아래 천국은 없다더니 

한국이든 캐나다든 그 어디라도 그분 없는 곳에서 발 뻗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곳 

그 곳이 내겐 천국이리 

한국을 떠난들 어떠하랴 캐나다를 떠난들 어떠하랴 

그분 없이 살 수만 있다면 


해마다 가을이면 내 마음속 깊은 이 시름을 세상 사람들 그 누가 알리요. 

누구에게도 드러내 보이기 싫은 나만의 아픔.  

남몰래 흐르는, 아 남몰래 흐르는.... 나의 이...

흐르면 행여 누가 볼새라 닦아내고 또 흐르면 얼른 또 닦아내어 

붉게 짓물러 쓰린 상처 내 마음만은 못하리.


힘을 길러 끝내 내 힘으로 물리쳐보려 하다가 힘에 부칠 때면,

한국에선 지르텍 한방이면 그분이 쫓겨가셨는데 

이 곳 캐나다에선 그 무엇이 지긋지긋하신 그분을 몰아낼 수 있을까

나는 모르네 정녕코 모르네 

정녕코 반갑지 않은 손님, 

나의 오랜 지병 알러지 비염. 

플리즈 플리즈 고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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