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한국에선 일명 '빼빼로 데이'라 하여 기리는(?)걸로 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 억지스러워 외면하고 싶지만 아이들 세상에선 이또한 얄궂은 '문화'로 자리잡아 한바탕 호들갑을 떠는 날.
그러다가 캐나다에 오니 여기선 이 날이 remembrance day라 했다. 뭐 나라마다 다 있기 마련인 그런 날, 우리에게 있어
현충일같은 그런 날이겠거니 했을 뿐 특별한 관심도 뭣도 없이 세 해를 보냈다. 단지 빼빼로가 사라졌다는 것에만 후련해하며.
캐나다의 remembrance day의 대상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더불어 한국전쟁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여서
그렇다면 이런 날 캐나다내의 대한민국 영사관에서도 뭔가 감사의 표시 같은거 해야하는건 아닌가? 에이 외교관례상 알아서들
하고있겠지 하는 정도가 캐나다 거주자로서 나의 remembrance day에 대한 관심의 다였다. . 그러다가 지난 여름 한국에서
전쟁기념관에 갔을 때, 캐나다가 지난 한국전쟁 때 꽤 큰 규모의 병력을 파병했다는것을 알게됐었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Thank Canada'하고는 잊어버렸는데...
올 해 다시 11월11일. 캐나다에서 네번 째 맞는 그 날이 새롭게 다가온 날. 처음으로 퍼레이드도 보고 기념식도 구경했다
lest we forget.
동네 교회마다 'Those who sacrificed their lives. Remember them' 'Let us remember' 'We will remember them' 같이 나름대로 글귀를 내걸어
remembrance day의 의미를 기리고 있다.
아이에게 들으니 학교에서는 기념행사 때 선생님으로부터 단단히 주의를 듣는다고 한다. 말 하지도 말고 웃지도 말고 친구와 눈 마주치지도 말고. (아이들이란 눈 마주치면 키득대거나 까불어댈게 뻔하니까)
학교에서 비디오를 보며, 역사란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는 시간, 그리고 역사속에서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그들을 기억하는 이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그런다. "비디오 보면서 눈물 났어. 아우 빼빼로 데이가 얼마나 시시한 건지..."
천만관객이 봤다던 영화 '암살'에 나오는 대사, '우릴 잊지마...'
우리에게도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현충일이 있긴 하다. 우리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호국영령'들이 훨씬 많지 않은가. 독립운동가들부터 전쟁 전사자뿐 아니라 4.19, 5.18,... 이젠 역사속에서 이들을 소홀히 대접하는 문제가 아닌 이들의 희생을 억울하게 매도하게 될지도 모를 위기의 대한민국을 보다가 오늘 진정성 있는 캐나다판 현충일을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국가란 무엇인가.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지혜가 없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오늘날 지구상 어느 국가의 수장에게 절실히 필요한 옛 성현의 말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