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힘

멍때리기의 어려움

마담파덩 2017. 6. 13. 03:26


한방에 훅 간다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그런 상태.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도 'stay strong' 해오고 있었건만 

역시 부모에게 자식은 아킬레스건인가. 아들놈의 불만과 그로인한 짜증으로 그동안 내가 지켜온 '그럼에도 불구하고 stay strong'이 한방에 훅 간 느낌이다. 와, 이건 뭐...하는 허망함과 허탈감. 


주말에 일하는 동안 off인 월요일엔 모처럼 챕터스 나들이를 하여야겠다고 생각해두었었다. 녀석들 떼놓고 나혼자. 

어디선가 읽은 홧김비용, 쓸쓸비용, 멍청비용중 쓸쓸비용을 비싼 책에 기꺼이 지출하리라 맘먹고. 

사실 스캇 펙의 '악의 사람들'을 사려고 맘먹었는데 -비쌌다! 그래도 살거였다!- 활자가 맘에 안들어서 그만두고 그만 땡처리하는데에 또 눈이 갔지뭐야. 하드보드 커버인데도 3달러 5달러 하는 많은 책들. 작가들은 그렇게 서점에서 자기 책을 덤핑처리하는걸 알면 자존심이 상하진 않을까. 

계산하는데 거기서 또 디스카운트가 되네. 아 정말 기꺼이 쓸쓸비용 지불하려 했구만... 궁상이 몸에 밴 사람은 어딜가나 디스카운트의 행운이 따르는 것일까. 하하. 

그럼 이번엔 쓸쓸비용을 내 사랑하는 커피에 지불하리. 팀홀튼 커피는 생필품이고 스타벅스 커피는 럭셔리 스페셜이니까. 앗 그런데 스타벅스는 스몰 사이즈가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요즘엔 생겼는지 있네. 하여 그것두 평소대로... 

커피를 들고 어수선한듯 배치된 자리에 앉아 멍때리며 오로지 커피를 마시는 일에만 신경을 집중하고자 했다. 허공에 시선을 둔채 아무것도 안하고. 요즘 커피숍엔 다들 각자 바쁜 모습의 사람들이 많다.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있는 사람들, 핸드폰에 꽂힌 사람들, 책 읽는 사람들...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것도 첨엔 이상하더라. 가만히...'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진한 커피만 느끼고 싶었는데 

안보이게 분주히 움직여대는 신체부위가 있었으니, 그놈의 머리속은 왠 그리 많은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지. 

한동안 그러고 있으니 참 좋던걸. 흥미로운 경험. 한방에 훅 간 나의 상처받은 감정이 치유되는 것 같고 내안의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 호오 신기하여라. 

앞으로 나는 이것을 취미로 삼으련다. 조용히 걸어들어가 바쁠것 하나없이 커피를 주문하고 가만히 한자리에 몸을 묻고 무언가를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지 않은채 가만~~히 있다가 나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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