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삶이 있다

악화되는 사람들

마담파덩 2017. 10. 1. 14:08


아이들은 자라는게 눈에 보인다. 중년이 넘어간 성인들도 늙어가는게 눈에 보인다. 

병세가 호전되어가는게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악화되어가는 것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아 이사람은 죽어가고 있구나...를 봐서 알 수 있기도 하다. 

오늘은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악화되어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브라이언은 다시, 이번에는 확실히 죽어가는 길에 들어섰다. 안먹고 안마시고 있으면서 부쩍 말라가는 모습이... 

폴린은 거의 하루종일 소리를 질러대고 진도 하루종일 목청높여 혼자 말을 했다. 

새로 들어온 앤은 앞에 있는 사람을 해치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환자다. 때리기, 발로 차기, 할퀴기, 침뱉기, 물기... 

팻은 복도에서 윗옷을 벗어 브라차림으로 앉은채 팬티형 기저귀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도와주면 점잖게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고 하던 사람인데... 

크리스틴은 거스의 두 귀를 붙잡고 입에 키스를 했다. 거스는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60대에 불과한 론은 요즘 설 수 조차 없는데 남편의 급속도의 악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내는 걷게 하고자 하다가 넘어뜨렸다. 

그들에게서 모든 지각이 점점 떠나는걸까. 일상처럼 대하지만 문득문득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 싶은. 인간이 그렇게도 되는구나. 

이성이란 것, 지각이란 것, 사고라는 것을 잃어가는 사람들. 

어느날 집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예측하지 못하듯이 치매라는 병이 걸릴것이라고 예측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제히 날을 잡기라도 하듯 동시에 악화됨을 보고 느낀 날, 충격일 정도다. 같은 인간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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