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 늘 하게 되는 영화보기는 캐나다에 살면서
자리잡은 즐거움중 하나다.
내게 made in Korea 아이템중 대체불가능한 것은 바로 한국영화. 영화의 장르에는 로맨스, 코미디, 액션, 판타지, SF, 등등등 그리고 한국영화 라 할 정도로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지대한 나조차 캐나다에 막 오자마자는 언감생심 한국영화를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오랜 갈증과 허기를 채우기라도 하듯 달려가 관람한 것도 한국영화였다.
사도-미션 임파서블 -역린이 지난 주말동안 본 영화들.
사도는 지난 여름 한국에 있을때 상영예정작으로 예고편을 접했는데 개봉일이 나의 출국일이라 놓치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영화였다. '사도'는 보고난 후 시간이 지나도록 마음이 아프게 남아있다. 영화의 대사에서도 나왔듯이 왕가의 얘기가 아니라 한 집안의 얘기로서.
사도세자가 아버지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시대의 불운아로 남게되기까지 그의 기이한 행동들로만 후세에서 기억하지만,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따뜻한 부정에 목말라하다 정신이 아픈 아들로서의 인간적인 면모와 무예에의 안목과 재능, 유연성있는 사고를 가진 인격체로서 그의 potentiality를 보여주고 있는듯 했다.
그는 요즘 흔한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정신분열 또는 착란의 증세를 나타냈었을 수도 있다. 다만 진단을 받고 환자로서 인정받지 못했었을뿐.
요즘 우리사회에 나타나듯 아이를 우월한 상품기준에 적합한 재목으로 '제조'하려는 부모의 욕망에다 '종묘사직'의 명분이 합해져서 아버지의 틀이 강요된 사례인지도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한나라의 임금자리를 물려받아야 할 숙제를 가지고서 '너는 왜 이렇지 아니하고 저러하냐'를 매사 지적받고 자라난 외로운 남자. 정에 굶주린 남자. 누구에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남자.
그런 그의 아들은 또 태어날 때부터 아비와는 다른 그릇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어린 나이에도 '아비의 마음을 읽었습니다'란 마음을 낼줄 아는, 마치 철든 상태로 태어난듯 한 아들을 두었다. 이 두 부자가 소통할 수 있었다면 아들에게서 이해받고 인정받을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사도를 한번 더 봐야겠다.
다음날, 가뜩이나 길에 나뒹구는 낙엽과 앙상해진 가지에 마음 한 구석이 싸아하건만 사도까지 맴을 거시기하게 맹글어 분위기 전환삼아 선택한 것은 미션 임파서블.
너무 피곤해서 졸면서 띄엄띄엄 보는중에 50대의 나이에 액션을? 얼굴이야 'a few good men' -my favorite-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하지만 암튼 놀랍도다 톰...
그 다음날의 영화는 '역린'. '사도'에서 '아비의 마음을 읽었습니다'로 나으 심금을 울리던 모태 아이언맨 정조의 이야기. 너무 좋으니 세 번 반복해야겠다. 아비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아비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아비의 마음을 읽었습니다. 아...
영화 시작부터 아우라가 심상치 않아보였는데...
그런데,
학문에도 조예가 깊고 남의 마음을 헤아릴줄 아는 그가 하는 이것...
아무리 의외였더라도 그냥 조용히 현빈의 등빨을 감상해 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시선을 떼지않은채 영화에 빠르고 진하게 몰입해 들어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때, 교양이 낮은 마담파덩, 옆에 있던 아들내미 툭툭치며 작지도 않은 볼륨으로 외쳐대고 말았다.
"야, 저거 어제도 누가 하지 않았니?"
??????
잠시 후, 둘이 동시에 푸하하하하하...
하여, 알게되었도다. 푸쉬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몸 만들기의 클래식이라는 것을. 빈도 톰도...
초반의 농짓거리로 잠시 자세가 흐트러졌으나 다시 영화에 빨려들어가 보다가 비스듬히 누워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앉힌 이것...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其次 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 爲能化
영화속에서는 정조의 신념으로 차용되어 표현되었는데, 평소 어렴풋한 나의 생각과 딱 일치하는 이 내용이 바로 중용23장에 들어있다니.
하여, 다시한번 깨달았도다. 좋은 삶에 대한, 좋은 인간 되기의 참 가르침은 시대를 묻지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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